Sunday, January 27, 2013

중소기업의 어려움: '삼성 가겠다는데 말릴 수는 없다만'

이데일리로부터:

경인 지역 소재 부품제조업체인 S사는 연구개발직원을 채용할 때 4년제 이상 대학과 전문대학 출신을 반드시 함께 채용하고 있다. 수도권임에도 인재가 잘 오지 않는데다 4년제 이상 대졸 출신중 상당수가 5, 6년 뒤에는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을 너무나 자주 경험했기 때문이다.

“결혼 하려는데 상대편 집안에서 어디에 다니냐고 묻는다고 해요. 우리같은 중소기업보다 아무래도 대기업이 낫지 않겠습니까. 반면 전문대졸은 이직률이 낮더라구요. 최소한 기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거죠.”

인력 빼가기는 개인의 직업선택의 문제가 맞물린 미묘한 문제다. 그래서 외부에서 선뜻 개입하기 힘든 점이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절반 가량이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를 경험하거나 직면했던 경험이 있을 정도로 만연해 있다. 정부가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프로스포츠에 있는 이적료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중기 절반이 인력 빼가기 경험

지난 2001년 설립돼 지난 2011년 2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소프트웨어업체 A사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 공세에 하루라도 편할 날이 없었다.

애플의 아이폰이 가져온 앱 개발 열풍에 대기업측에서 직접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자 A사 직원들을 집중 공략했기 때문이다. 결국 A사는 3년간 경력 3년 이하의 중급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6명을 빼앗겼고 진행중이던 앱 개발도 중단해야 했다. A사는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등 복지여건 개선을 약속했지만 직원들의 발길을 돌리지는 못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팀이 지난해 7월 205개 중소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술인력 빼가기 실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회 이상 대기업에 기술인력을 빼앗기거나 빼앗길 위협을 당한 중소기업 비중이 46.5%에 달했다. 7%는 위협만 당했을 뿐이지만 나머지 39.5%는 실제 빼앗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최근 5년간 업체당 평균 3명의 기술연구직이 대기업으로 이동했으며 약 1명은 대기업이 빼간 것으로 업체들은 보고 있었다. 기능직은 업체당 평균 4.6명이 대기업으로 이동했고 약 1.3명이 인력 빼가기의 결과였다. 우리나라 1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의 평균 기술인력은 5.6명으로 결코 무시못할 수준이다.

특히 직접 거래하는 납품업체에서 인력을 빼가는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중소기업의 허탈감은 더했다. 최근 5년간 1회 이상 대기업에 기술인력을 빼앗긴 중소기업의 75%가 대기업의 납품업체였다.

◇신제품 중단에 납기 못 맞춰..기술도 뺏겨

기술 유출로 실제 사업상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전라북도 소재 금속 주조업체 B사는 지난 2008년 대기업이 3∼4년 근무한 숙련도 100%의 직원들을 빼가면서 휘청였다. 주조 관련 인공관절 신제품 개발 완료를 앞둔 상황에서 인력이 빠져 나가면서 생산라인을 멈춰야 했고, 신제품 개발도 중단했다. 게다가 이미 체결했던 수출계약마저 해지하면서 약 15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B사의 지난 2011년 매출은 80억원선이었다.

경상남도 소재 발전기 및 전기변환장치 제조업체인 C사는 거래처 경쟁대기업이 관련 산업에 진출하면서 1개조의 생산과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10년 이상 근무한 반장급 숙련 기능직 3명을 동시에 빼가는 바람에 곤경에 처했다. 반장급 인력이 보통 5∼7명이 작업하는 생산라인 감독업무를 담당해 왔는데 관리 인력이 절대 부족해지면서 불량률이 상승하고 물량납기도 맞추지 못하게 됐다. 우선 납기를 맞추기 위해 연장근무가 늘면서 근무분위기가 나빠지고 품질관리와 사내 기술전수 같은 사내교육도 중단됐다.

경기도 소재 크레인 제조 D사는 소각로 크레인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기계와 전기설계 기술자 2명으로 순차적으로 1차 협력업체에 뺏겼다. D사는 1차 벤더업체가 빼간 인력을 활용, 유사형태의 제품을 먼저 출시하면서 시장점유율이 급감했고, 설계부문 노하우 유출도 신규수주도 어려워졌다. 사실상 기술까지 뺏긴 셈이었지만 1차 벤더업체 의존도가 높은 탓에 손해배상 청구 등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모든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newsid=01295606602680344&SCD=JC41&DCD=A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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