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로부터:
탈북자 김모(28)씨는 지난 2010년 살고 있던 임대아파트의 보증금 750만원을 대부업체에 압류당했다.
3년 전 탈북 과정에서 북한 보위부에 붙잡혀 부러진 코와 눈, 머리뼈를 뒤늦게 수술하면서 빌린 400만원이 화근이었다. 당시는 초중등 검정고시에 힘겹게 합격한 김씨가 탈북자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 입학한 뒤였다.
빌린 돈을 갚으려 수업이 끝나면 편의점과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했지만 가난은 더욱 조여왔다. 이른바 '꽃제비'였다가 홀로 탈북해 의지할 사람도 없었다.
이듬해인 2011년 여름 김씨는 학교를 그만두고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3개월 뒤 서울 양천구의 한 PC방에서 요금을 내지 못해 경찰에 체포됐다. 중국과 라오스, 태국을 거쳐 한국 땅을 밟으면서 품었던 꿈이 스러지는 순간이었다.
김씨는 작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PC방에서 27시간 가까이 보내고 요금 2만4천800원을 못내 다시 경찰 신세를 졌다. 경찰은 앞서 이미 10차례나 같은 전과가 있던 김씨를 구속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PC방에서 새터민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일자리를 찾는다는 글을 주로 올렸다. 주거지도 친구도 없던 김씨는 한 PC방에서 글을 올리고 며칠이 지나면 다른 PC방을 찾아 구직 글에 달린 답글을 확인했다.
체포 당시 추운 날씨에도 니트 한 벌만 걸쳤던 김씨는 PC방이 따뜻해서 오래 머물렀다고 진술했다. 검찰 조사에서는 "이왕 돈을 안 내 경찰서에 갈 것이면 배고픈데 왜 음식은 시켜먹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어떻게 남한테 피해를 끼치느냐"라고 짧게 답했다고 한다.
조사 과정에서 김씨의 딱한 사연을 알게 된 성동경찰서 수사과와 보안과가 발벗고 나섰다. 사방에 수소문한 결과 관내 한 의류업체에서 김씨에게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를 주기로 했다.
검찰도 구속된 김씨가 약속된 일터로 출근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했다.
서울동부지검은 31일 검찰심의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김씨의 구속을 취소하고 기소유예 처분하기로 의결해 김씨를 석방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동부지검 형사4부의 담당 검사와 수사관이 김씨의 수배 해제를 위해 벌금 45만원을 대신 내고 점퍼와 목도리도 사줬다. 동부지검장도 돈 한 푼 없는 김씨에게 사비로 3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김씨의 사연을 접한 PC방 주인은 조건 없이 합의서와 탄원서를 작성해줬다.
그러나 풀려난 김씨가 새 삶을 시작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김씨는 또 다른 PC방 요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인천지법에 기소돼 다음 달 7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감당할 정도의 벌금형만 받으면 다시 일어서겠다는 각오다.
김씨는 돈이 없어 공부를 그만둔 것을 가장 후회했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고교를 졸업하고 전문대에 입학해 컴퓨터 관련 일을 하는 것이다.
경찰에서 김씨는 "한국에 오는 새터민은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는데 제가 그렸던 그림이 어느 날부터 저도 모르게 사라졌다"며 "그렇게 원하던 한국에서 이런 삶을 살게 될지 상상도 못 했는데 기회를 준다면 주변에 창피하지 않은 사람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13/01/30/0701000000AKR20130130217800004.HTML
Wednesday, January 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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