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스코 직업학교에 관한 아래 기사를 읽으면서 들었던 몇 가지 생각을 적는다.
최근에 한 제자와 길게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그가 전자공학과 석사과정을 다닐 때 기술경영 내 과목을 들었었는데 워낙 기술력이 출중해서 (소위 명문대를 나온 박사과정에 있던 친구들보다) 랩에서 벤처기업과 하는 프로젝트를 도맡아 하곤 했다 (석박사 과정 학생들 교육도 물론이고). 공고를 나와 소위 명문대가 아닌 지방의 평범한 대학을 나와 병역특례를 하면서 기술력을 쌓아 복무기간이 끝난 후 좀 더 근무하다 대학원 과정에 입학했었다. 졸업 후 반도체 설계 회사를 창업했다가 잘 안 돼서 현재 대기업 R&D에 근무하고 있다. 한국의 공대에서 필요한 기술력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나누면서 한국의 소위 명문대 공대에 진학한 우수한 아이들인데 충분히 가르칠 수 있지 않는가라는 얘기를 나누었다. 한편으론 기업체에 계신 분들로부터 하드웨어건 소프트웨어건 대학을 졸업한 아이들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도 적지 않게 들었다.
공대 학생들이 대학의 수업에서보다 병역특례로 기업에 근무하면서 기술력을 습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을 볼 때마다 들었던 생각이 제빵사를 교육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문학교들이 있듯이 공학적인 기술력도 2년제 정도 전문학교를 통해 기술력으로 무장된 인재들을 키워낼 수 없겠는가라는 것이다. 물론 공대의 과 특성상 다소 다르긴 하겠지만 말이다.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창업에 필요한 기술경영, 제품전략, 마케팅, 경영관리 등 꼭 필요한 스킬도 가르치면서 말이다. 이렇게 한다면 부모나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도 매우 적어질 테이고, 의대나 금융 쪽으로 진학하려는 우수인재들도 유치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부모로부터 유산을 물려받거나 사업을 해서 번 적지 않은 돈을 대학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한다. 물론 이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학교사업이라는 것이 워낙 재원이 많이 투입되는 일이다 보니 누군가 한국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셔서 이런 학교 사업을 하신다면 참 뜻있는 일일 터인데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돈보스코 직업학교는 예전에 그곳에서 헌신하고 계신 교장 수사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어 훌륭한 취지 하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아래 기사에서 다루지 않은 어려움도 물론 들었다.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지만 참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훌륭하신 수사님과 실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잘 이끌고 계셔서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고 이태석신부님을 후원했던 다음 카페가 큰 풍랑을 맞고 있다. 초대 이사장께서 물러 나셨고 연일 시끄럽다. 하늘에서 신부님께서 어떻게 이를 바라보실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카페는 돈보스코 직업학교를 설립한 살레시오 수도회와도 상당히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소천하신 이신부님의 뜻을 어떠한 사심 없이 순수하게 이끌어 가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울까 싶다.
새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과 관련해서도 많은 분들이 올린 포스팅을 클릭해 주고 계십니다. 외국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클릭해 주시는 포스트로 짐작해 볼 때 현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계신 매우 intelligent하신 분들이 방문해 주시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저보다 뛰어나신 분들이 많으시기에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후세대를 위해 목소리를 내시기를 개인적으로 많이 바라고 있습니다. 성경귀절을 클릭해 주시는 분들도 여러분 계셔서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우리가 할 일을 함께 기도했으면 합니다.
최근에 종방한 TV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는 단순한 된장녀나 꽃뱀 드라마가 아닌 우리들이 사는 현실을 비유적으로 잘 표현해서 재미있게 시청했습니다. 똑똑하고 현명하신 어느 블로거께서 쓰시길 “솔직히 우리가 사는 현실 이 자체가 이상한 나라 “청담동”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 대부분이 진짜 현실을 알면서도 눈을 반쯤 감고 알고도 모르는 척 또는 이 현실을 부정하면서 사는지도 모르니까요.”
좋은 한 주 맞으시고 좋은 구정 보내시길 바랍니다.
조선일보로부터:
충남 산골마을 출신 이진희(54)는 가난이 지긋지긋했다. 빚보증 때문에 전 재산을 날린 아버지는 술에 절어 주먹을 휘둘렀다. 식모살이하던 누나가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공주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점심 도시락을 싸 간 날이 손꼽을 정도였다. "돈 벌어 쌀밥 배불리 먹겠다"며 서울로 떠난 이진희는 대림동 악기 공장에서 일하다 지인에게 '기술 배울 수 있는 곳'을 소개받았다. 영등포구 신길동 돈보스코 직업전문학교. 1965년 살레시오 수도회가 설립해 중학교 졸업에 그쳤거나 고교를 중퇴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기술 교육을 해 온 1년제 기숙학교다.
이진희는 신입생 선발과 예비교육에 바빴다. '취업사관학교'라 불리는 기계가공조립 전공에 50명, 생산기계과에 30명 등 80명을 모집한다. 그는 "수업료·기숙사비 한 푼 안 받고 매달 20만~30만원의 훈련수당을 지급한다"면서 "열정만 갖고 오라"고 했다. "내 일처럼 하는 성실함, 끝까지 버티는 끈기.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지난달 11일, 45기 68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이 중 64명이 기계·금형·공구회사 등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작년 취업률은 100%였다. 이진희는 "세상의 아웃사이더들을 기술자로 길러내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진희는 기본적인 연삭 작업부터 드릴과 밀링, CNC 선반 작업, 기계설계를 가르친다. 학생들이 작업장에서 실제 부딪히는 문제를 다룬 '직업 생활'도 교육한다. 선배 명장(名匠)을 초청해 꿈을 심어준다.
이진희는 "우리 학교에는 결손가정 청소년, 학교 폭력이나 왕따 피해자, 탈북자 자녀, 다문화 청소년이 많다"면서 "'젊은이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는 수도회 창립자 돈보스코 신부의 말을 실천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오전 8시 50분 시작하는 교육은 오후 9시에 마무리된다. '깐깐한 샘(선생님)'으로 통하는 이진희는 수업 태도가 불량한 학생의 손바닥에 따끔한 '건강침' 세 방을 놓아 준다. 기숙사에서 학생들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훈련수당 통장을 관리해 시간과 돈을 허투루 쓰지 못하게 한다. 이진희는 1988년부터 6년여간 부천 자립생활관 사감으로 일하며 생활관 청소년 10~30명의 아빠 노릇을 했다. 빨래와 식사 준비, 설거지는 결혼한 지 반년도 안 된 부인 장옥희(48)의 몫이었다. "지지고 볶으면서 함께 지낸 아이들이 번듯한 기술자로 인정받고 가정을 이뤄 잘사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이진희는 "30년 넘게 근무했지만 연봉 4000만원이 안 되고, 집사람이 보험설계사로 생활전선에서 뛰어야 하지만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작은 기적' 때문에 기술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고 했다. 그가 학교 교가를 흥얼거렸다. "조국은 부른다. 알찬 기술자. 마음을 닦고 길러 태양같이 빛내자…."
이진희는 "교사가 학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꿈과 희망"이라고 했다. "알바 뛰어서 돈 벌려는 요즘 애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합니다. 기술에 미래가 있고 살길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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