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정부 출연 연구소의 A연구원은 세라믹 재료의 강도를 3년간 30% 높여 신소재 개발을 한다는 목표로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연구 도중 그는 세라믹 강도를 높이기보다 전기적 성질을 개선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세라믹 강도 향상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당초 정한 계획대로 하지 않으면 실패한 과제가 될 수 있어서다. 그는 "3년 동안 매년 강도 10%, 20%, 30% 개선이라는 중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연구가 중단될지 몰라 도중에 연구 방향을 바꿀 수 없었다"고 했다.
#2. 국내 사립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는 B씨는 실험이 상당 부분 진행된 연구를 토대로 정부에 연구개발(R&D) 과제를 신청했다.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서였다. B씨는 "국내는 물론 외국도 어느 정도 진행된 과제를 신청하는 게 관행"이라며 "다만 우리는 실패는 있을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간다"고 했다.
그는 "실패하면 돈을 받는 연구자와 돈을 준 정부기관 모두 무능하다는 낙인이 찍혀 다음 과제를 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우리나라의 R&D 성공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성공률 사실상 100%`. 우리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국가연구개발과제는 거의 백발백중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2011년 정부 R&D 과제의 성공률은 무려 97%에 달했다. 연구자들에게 `실패`는 거의 없는 셈이다.
국내 연구자들의 뛰어난 결과는 어떻게 나온 걸까. 그 이면에는 우리 정부 R&D의 비효율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는 `성공이 보장된 연구` `논문을 위한 연구` 관행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연구자들은 과제 수행 결과물이 실패로 결론 나면 최대 3년간 정부과제를 신청할 수 없게 된다. `실패 낙인`에 따르는 불이익이다. 이를 피하려고 안전한 연구에만 매달린다. 그러다 보니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연구는 `가물에 콩 나듯` 한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중론이다.
반면 과학기술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은 과제 성공률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얼마나 도전적인 연구를 했는지, 얼마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는지를 들여다보는 정도다. 따라서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
우리 연구자들의 이 같은 `안전빵 연구`는 박근혜 정부가 화두로 내세운 창조경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창출해내는 R&D가 강화돼야 한다.
특히 국가 R&D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패스트 폴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옮겨가느냐가 결정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도전적 연구를 기피하게 만드는 제도로는 퍼스트 무버로의 전환은 물론 창조경제도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R&D 성공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일자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는 2015년까지 성공률을 60%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고 실제로 지난해 성공률은 88%로 떨어졌다.
성공률 100%도 비정상적이지만 정책적 판단에 의해 불과 1년 사이에 실패율이 10%포인트가량 떨어지는 것도 `코미디` 같은 일이다.
기초연구의 품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지난해 `기초연구사업 특성과 논문 질의 상관관계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정부 지원 기초연구 투자와 논문 성과는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질적 수준은 오히려 저하되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정부 자금의 `대기업 쏠림`도 나타난다. 정부 R&D 예산 가운데 대기업 지원 비율은 2002년 3.1%에서 지난해 9.4%로 3배가량 뛰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13%에서 12%로 줄어들었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에 많은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게 옳은 건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선 연구현장에서 정부 자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사례도 허다하다. 연구자들이 인건비나 출장비를 부풀리기도 하고 중소 벤처기업이 정부 자금으로 연명하기도 한다.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은 "R&D 자금을 더 늘리는 것도 좋지만 주어진 자금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면서 "정부와 민간의 R&D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정부 R&D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와 기초과학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http://news.mk.co.kr/v3/view.php?sc=30000001&cm=헤드라인&year=2013&no=251267&relatedcode=&sID=402
매일경제로부터:
서울 사립대 A교수는 2년째 정부 연구비 중 일부를 슬쩍 빼돌려 미국에 유학 중인 자녀에게 보낸다. 매달 100만~200만원을 빼돌리고 있다. 정부에서 받은 연구비를 개인 돈이나 다름없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A교수는 3~4년 전 정부 R&D 과제를 많이 맡았던 때는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착복했다. A교수는 인건비 부풀리기, `연구비깡` 등 다양한 수법을 활용한다.
3명이 참여하는 사업에 4명의 연구자를 신청한 뒤 남는 인건비를 착복하고, 실험 재료를 사지 않았으면서도 산 것처럼 업자와 꾸민 뒤 현찰을 주고받기도 한다. A교수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B박사는 "연구자금을 빼돌리는 수법은 무수히 많다"고 했다.
정부 R&D 자금이 사실상 `눈먼 돈`으로 전락했다. 감독과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횡령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연구비를 빼먹는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경남에 있는 한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C씨는 요즘 후회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구실이 국비로 운영될 뿐만 아니라 학생 지원도 좋다고 해서 연구실에 들어갔는데 실상은 정반대였다.
정부 R&D 자금 일부가 교수 개인 용도로 사용되고 있어서다. 실험실에 배치된 뒤 같은 은행의 통장을 2개 발급받은 뒤 하나는 연구실 총무를 맡은 대학원생에게 제출했는데 그 통장으로 들어오는 연구 보조금은 교수가 따로 사용했다. C씨는 "학점과 졸업이 걸려 있어 모른 체할 수밖에 없다. 국민 세금이 교수의 탐욕을 채우는 데 쓰이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 같은 불법적 행태는 교수와 학생, 연구소와 연구원 모두가 `공범`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좀처럼 적발되지 않는다.
대학 연구실의 한 박사는 "처음에는 학생들 불만이 크지만 지도교수의 눈 밖에 나면 졸업이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이제는 모두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실토했다. 그는 "영수증이나 인건비 내역 등을 보면 정상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내부 고발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찾아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교수가 `연구비깡`으로 자금을 빼먹자 학생들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똑같은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 사립대학 이공계 연구실의 박사과정 4년차 K씨는 "연구비깡을 통해 노트북컴퓨터를 구입한 적이 있다"며 "연구비 유용과 관련한 문제가 터졌을 때만 조심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그나마 요즘은 과거에 비해 연구비깡 사례가 점잖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2011년 국가 R&D사업 관리실태 감사를 통해 △인건비 과다지급 △구입하지 않은 기자재를 구입한 것으로 허위증빙서류 제출 △연구기자재 구입비 증빙서류의 이중제출 등 다양한 형태의 연구비 불법 사례를 지적한 바 있다.
이른바 `좀비기업`도 R&D 자금을 빼먹는 존재다. 자체 제품과 매출이 거의 없이 정부 연구개발자금으로 회사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하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들은 정부 R&D의 평가지표에 능통해 손쉽게 과제를 따낸다는 분석도 있다. 한 벤처기업 사장은 "매출이 별로 없어도 회사를 계속 굴려야 하기 때문에 정부 R&D 자금을 받아내야만 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특허기술의 민간기업 이전에도 허수가 많다.
A교수는 3~4년 전 정부 R&D 과제를 많이 맡았던 때는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착복했다. A교수는 인건비 부풀리기, `연구비깡` 등 다양한 수법을 활용한다.
3명이 참여하는 사업에 4명의 연구자를 신청한 뒤 남는 인건비를 착복하고, 실험 재료를 사지 않았으면서도 산 것처럼 업자와 꾸민 뒤 현찰을 주고받기도 한다. A교수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B박사는 "연구자금을 빼돌리는 수법은 무수히 많다"고 했다.
정부 R&D 자금이 사실상 `눈먼 돈`으로 전락했다. 감독과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횡령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연구비를 빼먹는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경남에 있는 한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C씨는 요즘 후회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구실이 국비로 운영될 뿐만 아니라 학생 지원도 좋다고 해서 연구실에 들어갔는데 실상은 정반대였다.
정부 R&D 자금 일부가 교수 개인 용도로 사용되고 있어서다. 실험실에 배치된 뒤 같은 은행의 통장을 2개 발급받은 뒤 하나는 연구실 총무를 맡은 대학원생에게 제출했는데 그 통장으로 들어오는 연구 보조금은 교수가 따로 사용했다. C씨는 "학점과 졸업이 걸려 있어 모른 체할 수밖에 없다. 국민 세금이 교수의 탐욕을 채우는 데 쓰이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 같은 불법적 행태는 교수와 학생, 연구소와 연구원 모두가 `공범`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좀처럼 적발되지 않는다.
대학 연구실의 한 박사는 "처음에는 학생들 불만이 크지만 지도교수의 눈 밖에 나면 졸업이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이제는 모두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실토했다. 그는 "영수증이나 인건비 내역 등을 보면 정상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내부 고발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찾아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교수가 `연구비깡`으로 자금을 빼먹자 학생들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똑같은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 사립대학 이공계 연구실의 박사과정 4년차 K씨는 "연구비깡을 통해 노트북컴퓨터를 구입한 적이 있다"며 "연구비 유용과 관련한 문제가 터졌을 때만 조심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그나마 요즘은 과거에 비해 연구비깡 사례가 점잖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2011년 국가 R&D사업 관리실태 감사를 통해 △인건비 과다지급 △구입하지 않은 기자재를 구입한 것으로 허위증빙서류 제출 △연구기자재 구입비 증빙서류의 이중제출 등 다양한 형태의 연구비 불법 사례를 지적한 바 있다.
이른바 `좀비기업`도 R&D 자금을 빼먹는 존재다. 자체 제품과 매출이 거의 없이 정부 연구개발자금으로 회사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하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들은 정부 R&D의 평가지표에 능통해 손쉽게 과제를 따낸다는 분석도 있다. 한 벤처기업 사장은 "매출이 별로 없어도 회사를 계속 굴려야 하기 때문에 정부 R&D 자금을 받아내야만 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특허기술의 민간기업 이전에도 허수가 많다.
정부 지원을 받아 특허기술 이전업무를 하는 모 기관에 근무했던 P씨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기술이전 실적을 믿지 않는다.
정부에서 `건수`를 늘리라는 요구가 오면 담당 직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기업에 특허기술을 사갈 것을 부탁하고 그 대가로 용역보고서를 맡기는 등의 방법으로 보답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이전 실적을 보면 같은 `등장인물`이 그 기업과 연관성이 없는 다른 기술까지 사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허기술로 사업실적이 별로 없는 경우에는 이 같은 거래가 있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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