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20년 이상 잊고 살았던 피아노를 올해 들어와 거의 매일 30분 이상 쳤다. 세상에 이리 좋은 것을 왜 안쳤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하나님의 작품이 작곡가의 힘을 빌려 구현된 것이 아닌가 싶다. 도저히 인간의 힘만으로는 이 작품들을 만들어 내지 못 한다는 생각이다), 또 아래층 사시는 분으로부터 밤 9시 넘어서는 치지 말아달라는 얘기를 들었을 정도로.

운동하다 다친 오른쪽 어깨가 아파 한의원에서 침을 한 달 반 정도 맞고 있다. 한 곳에서는 인대에 염증이 생겼다고 하고 다른 곳에서는 회전근개 파열이라고 한다. 난생처음 피도 뽑고 뜸도 뜨고 했다. 낫는 듯 하다가도 조심을 하지만 오른 팔을 전혀 안 쓸 수가 없어서 조금만 무리를 하는 듯해도 다시 통증이 재발하고 있다. 한 곳에서는 정형외과를 가보라고 하고 다른 곳에서는 정형외과 가서 사진 찍어봤자 별 의미가 없다고 의사 지시 안 따르고 오른팔 자꾸 쓰니까 치료가 더뎌지고 있다고 양치질도 왼쪽 손으로 하고 오른 팔을 전혀 쓰지 말라고 하신다. 그런데 생활하는데 부목을 하지 않는 이상 그게 참 힘들다.

제일 아쉬운 게 피아노를 치지 말라는 한의사의 말씀이시다. 그 동안은 무시하고 그냥 쳤는데 요즘 쇼팽이 좋아서 매일 치는데 치면 어깨가 아픈 것을 계속 쳐왔다. 그러다가 지난 주 비가 많이 왔던 날 처음으로 통증이 심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음 날 한의원 열자마자 가서 침 맞고 오른팔 절대 쓰지 말라는 말씀을 다시 들었다. 하여 지난 주말부터 피아노를 치지 않고 있다. 쇼팽이 너무 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