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잊었던 김영환(49)이란 이름을 다시 꺼내들고 인터뷰를 하러 갈 때 착잡한 생각이 많았다. 한때 10만 명에 이르렀던 주체사상파(주사파)의 대부이자 ‘남한식’ 주체철학의 창시자, 김영환. 그는 왜 주사파도 국회의원이 되는 지금, 과거 동경했던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고문을 받아야 했던 걸까.
김일성과 주체사상을 논하고 한국에 주체의 씨를 뿌려놓은 뒤 이제는 주체의 싹을 자르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안기부(현 국정원)에서도 받아보지 않았던 전기고문을 중국 땅에서 받았다고 말할 때, 그의 삶은 잠수정을 타고 밀입북했을 때보다 더욱 격랑치고 있는 듯했다.
―과거에 가진 신념, 확신 중에 지금 남아있는 게 있나.
“전통적 의미의 사회주의, 공산주의자로서 요소는 전혀 없다. 저한테는 물론 약자에 대한 강한 애정이라든지 불의에 대한 분노라든지 강한 정의감이라든지, 사회적 연대에 대한 추구라든지 그런 것은 굉장히 강하다. 그런 게 있으니까 북한 인권운동을 하는 것이고. 그러나 그런 것은 인류보편적인 것이고 과거 사회주의자적·공산주의적 요소, 이데올로기적인 그런 것에서는 해방됐다. 주체철학은 이데올로기적 요소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근본적인 철학이론으로서만 있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어떻게 보나.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이 통치에 영향을 줄까.
“김정은은 사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스위스에서 보낸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그 시기가 굉장히 영향을 많이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영향을 주겠지만 사람의 구체적 정책결정, 노선결정은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자신의 정권 유지에 기여하느냐 안 하느냐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결정적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감성적·정서적으로는 개혁개방을 추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정권을 위협한다는 현실적 판단이 들면 개혁개방을 포기하거나 제스처에 불과한 개혁개방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북한 체제의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나.
“북한 체제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개혁개방을 추진하든 아니든 점점 어려운 처지로 갈 것으로 보인다. 개혁개방을 안 하면 동력이 없고, 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을 감당할 수 없고. 어느 방향으로 가든 어렵지 않나 싶다.”
―경기동부든 주사파든 모두 당신으로부터 비롯됐다. 이석기 의원을 보면 해주고 싶은 말이 없나.
“어떻든, 저는 앞장서서 이끌었던 사람의 입장에서 새로운 노선으로 설득하지 못하고 헤어져서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나이도 많고 새로운 길을 걷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니고,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오히려 가장 빠른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좀 진실을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자세를 갖고 진지하고 인류사적인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려고 하는 자세를 가지고, 한국의 문제나 남북 간 문제, 북한 문제나 인류의 문제를 좀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종북파의 궁극적 목적은 여전히 남한을 북한에 넘겨주는 것인가.
“거칠게 표현하면 그렇다. 남한에 용공적인 정부를 수립하고, 더 나아가서 북한 주도의 통일을 이끄는 것이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80301032923301002
뉴데일리로부터:
그는 국정원이 공개한 ‘전향서’에서 이렇게 썼다.
“젓가락처럼 앙상해진 팔다리를 힘없이 늘어뜨리고 죽기만을 기다리는 북한 어린이를 보면, 사소한 잘못에도 몽둥이로 사정없이 얻어맞는 북한 주민들을 보면, 사실 잘못을 용서해 달라는 말조차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가닥 용기를 내어 잘못을 용서해주길 빌며 북한 동포 앞에 무릎 꿇고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1999.10.4)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118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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